서론 — ‘속도와 책임’의 경계에서
10월의 마지막 날, 정부가 ‘공공 건설사업 총사업비 관리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 짧은 문장 하나가 건설업계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심장을 동시에 두근거리게 했다. 숫자와 규정의 영역 같지만, 사실 이 제도는 한국의 경제 속도와 정책 신뢰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그동안 총사업비 관리제도는 ‘예산 통제’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수년간 가격이 올라도 사업비 조정이 늦어, 공사는 멈췄고 계약은 표류했다. 이제 정부는 속도를 택했다. 그러나 속도의 대가로 무엇을 잃게 될까 — 그 물음은 오늘도 현장의 흙먼지 속에서 피어오른다.
1. ‘총사업비’란 무엇인가 — 숫자보다 중요한 신뢰의 단위
공공 건설사업의 총사업비는 단순한 예산이 아니다. 한 번 정해지면, 수년 동안 바꾸기 어려운 ‘정책의 약속’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부풀린 예산을 막고, 재정 낭비를 최소화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물가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변화에도 조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 현장에서는 ‘정지된 시간’ 속에 일했다. 도로 하나, 교량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문서를 오가야 했고, “행정이 기술보다 느리다”는 자조가 일상이 되었다.
2. 이번 개편의 핵심 — ‘속도’와 ‘자율’로의 전환
- 조정 절차 단축: 사업비 증액 시 기획재정부 승인 절차 간소화
-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대: 긴급·지역균형사업에 신속 적용
- 기준단가 현실화: 물가·원자재 지표를 실시간 반영하는 시스템 도입
- 현장 자율성 강화: 일정 수준의 사업비 증액은 발주기관 자체 조정 가능
이번 변화의 본질은 ‘행정 중심’에서 ‘현장 중심’으로의 권한 이동이다. 정부는 관리 대신 ‘신뢰’를 선택했고, 절차 대신 ‘속도’를 택했다. 하지만 모든 신뢰는 검증이 필요하다. 현장의 재량이 커진 만큼, 책임의 무게도 함께 커진다.
3. 산업 현장의 시선 — “기대와 불안이 함께 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총사업비 조정이 빨라지면 숨통은 트이겠죠. 하지만 그게 곧 공정성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일부 업계에서는 ‘자율 조정’이 예산 불투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대로 지방자치단체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중앙 승인 절차에 막혀 수년간 지연된 생활SOC 사업들이 드디어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장 판단으로 즉시 착공할 수 있다면, 행정은 처음으로 사람의 속도에 맞춰질 것” 한 지방 도시의 도시개발과장은 그렇게 말했다.
4. 기업과 공공기관이 지금 해야 할 일
- ① 개편된 사업비 조정 절차와 예타 면제 기준을 숙지할 것
- ② 신규 사업의 설계단계에서 물가 변동 리스크를 반영할 것
- ③ 발주기관별 조정 권한 범위를 확인할 것
- ④ 계약·공정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대응 속도를 높일 것
이 네 가지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한편으로는 기회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행정이 빨라지면, 기업도 함께 빨라져야 한다.
5. 제도의 속도, 그리고 사람의 속도
총사업비 관리제도는 이제 ‘속도’를 얻었다. 그러나 속도만으로는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숫자 뒤에는 늘 사람이 있다. 회의실의 한 줄 결재보다, 현장의 한 사람의 땀이 더 오래 남는다.
이번 개편이 진짜 의미를 갖기 위해선, 단지 예산이 빨리 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체감하는 공공의 효율로 이어져야 한다. 속도와 책임, 행정과 현실 사이 — 그 미세한 간극을 메우는 일, 그게 진짜 ‘개혁’이다.
FAQ — 자주 묻는 질문
맺음말 — 숫자와 사람 사이의 개혁
정책은 늘 숫자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으로 완성된다. 이번 총사업비 제도 개편이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라, 공공의 효율과 신뢰를 함께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행정이 변하면 현장이 변하고, 현장이 변하면 삶이 변한다.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할 이들은 오늘도 현장의 먼지 속에서 ‘공공’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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