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배출이 어디서 생기는지’를 이해하고 → ‘실행 순서’를 익힌 뒤 → ‘공급망·일상 실천’을 살펴보면 전체 그림이 한 번에 들어옵니다. 낯선 용어는 괄호 안 짧은 풀이로 바로 설명해 드립니다.
탄소 중립, 낱말부터 차분히 정리합니다
탄소 중립은 우리가 생활과 사업에서 내보내는 온실가스(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먼저 ‘줄이고’, 그래도 남는 부분은 숲·토양 같은 흡수원이나 공인된 상쇄 크레딧(탄소를 없애거나 흡수한 양을 인증한 증서)으로 메워 ‘실질적으로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묶자는 약속)을 계기로 2030년 중간 목표, 2050년 장기 목표를 함께 세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들리는 넷제로(Net Zero)는 탄소 중립을 영어로 말한 표현입니다. 같은 뜻으로 보시면 됩니다.
배출은 어디서 생길까요? 세 갈래로 나눠 보면 쉬워집니다
기업과 기관은 배출을 세 묶음으로 나눠 살핍니다. 이름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개념은 단순합니다.
- 스코프 1: 우리가 직접 쓰는 기계·보일러·차량 등에서 바로 나오는 배출입니다(직접 배출).
- 스코프 2: 밖에서 사 오는 전기나 열을 쓰면서 간접으로 생기는 배출입니다(전기·스팀 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 배출).
- 스코프 3: 원재료 생산, 물류 배송, 출장·통근, 제품 사용과 폐기 등 공급망과 사용 이후 단계에서 생기는 그 밖의 간접 배출입니다.
많은 업종에서 스코프 3가 전체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직만 잘해선 부족하고, 협력사·고객과 함께 줄여야 성과가 크게 납니다.
무엇부터 할까요? 복잡해 보이지만 순서는 명확합니다
탄소 중립의 실행은 다섯 걸음으로 나누면 훨씬 단순해집니다. 이름이 영어로 보이면 괄호로 바로 뜻을 붙였습니다.
첫째, 측정: 지난 1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코프 1·2·3 배출량을 인벤토리(목록)로 만듭니다. 연료 사용량, 전력 사용량(kWh), 물류 거리 같은 숫자에 공식 배출계수(활동 1단위당 배출량)를 곱해 계산합니다. 숫자 출처(계량기, 청구서, ERP)를 메모해 두면 다음 해가 쉬워집니다.
둘째, 목표: 업종 현실을 반영해 2030년(중간)·2050년(장기) 목표를 정합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SBTi(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 과학에 맞춘 감축목표 가이드) 같은 국제 기준을 참고하면 “무리하지 않되, 신뢰받는 목표”를 세우기 좋습니다.
셋째, 감축: 전력·열·수송에서 효율 개선(고효율 설비, 유휴 최소화), 연료·공정 전환(히트펌프, 저탄소 원료), 운영 최적화를 먼저 합니다. 내부에서 바로 줄이는 조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넷째, 대체·상쇄: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바꿉니다. 옥상 태양광 설치, 발전사와의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전기를 장기 계약으로 사는 방식),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를 섞어 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배출은 신뢰도 높은 상쇄 크레딧으로 처리합니다. 단, 상쇄는 ‘잔여’에만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섯째, 공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줄였는지 정기적으로 공개합니다. TCFD(기후 관련 재무공시 권고안, 기후 위험·전략·지표 공개 지침), ISSB/IFRS S2(글로벌 기후 공시 기준) 같은 틀을 따라 적으면 투자자와 거래처의 신뢰가 커집니다. 가능하면 제3자 검증(다른 기관의 확인)도 함께 받습니다.
먼저 안에서 줄이고(효율·전환), 그다음 전기를 바꾸고(RE), 마지막에 남은 것만 상쇄합니다.
전기·열·이동, 어디서 줄일 수 있을까요
전기: 옥상 태양광, PPA, REC로 전력의 ‘출처’를 바꿉니다. 서버실·사무실은 공조 온도를 1~2℃ 조정해도 효과가 큽니다.
열: 보일러를 고효율로 교체하고, 히트펌프로 가능 부분을 바꾸며, 공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다시 씁니다.
이동: 차량을 전기차로 단계 전환하고, 배송 경로를 최적화합니다. 가능한 화물은 철도·해운으로 바꾸는 모달 시프트도 도움이 됩니다.
공급망과 제품의 생애주기, 함께 줄여야 크게 줄어듭니다
스코프 3는 우리 바깥 세상에서 생기는 배출입니다. 생애주기(LCA, 한 제품의 “만들기→쓰는 동안→버리기” 전 과정)를 생각하면 답이 보입니다. 원재료를 더 가볍고 오래 가게 고르고, 재활용 비율을 늘리며, 수리를 쉽게 설계하면 ‘사용과 폐기 단계’ 배출이 크게 줄어듭니다. 핵심 공급사부터 표준 양식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격·물량)를 주면 자연스럽게 참여가 늘어납니다.
우리 규모에 맞춘 실천, 오늘 당장 시작해 봅니다
중소기업 체크리스트
- 스마트미터로 시간대별 전력 사용을 확인해 피크를 줄입니다.
- 유휴 설비를 끄는 루틴을 팀 단위로 만들고, LED·인버터로 교체합니다.
- 지붕형 태양광, 공동 PPA/REC를 검토해 전력 출처를 바꿉니다.
- 배송 경로·적재율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운송을 줄입니다.
- 간이 인벤토리(아래 서식)로 스코프 1·2·3을 연 1회 정리합니다.
개인 체크리스트
-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냉난방 온도를 1℃ 조정합니다.
- 가능한 거리는 대중교통·자전거·도보로 바꿉니다.
- 육류(특히 소고기) 섭취 빈도를 줄이고, 제철·지역 식재료를 고릅니다.
- 수리·재사용을 늘리고, 과대포장을 피합니다.
- 가계 에너지 점검을 ‘월 1회 30분’ 일정으로 고정합니다.
정책과 시장의 변화, 여기만은 미리 보세요
CBAM(탄소국경조정): 유럽연합이 도입 중인 제도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만들어진 수입품에 비용을 부과합니다. 수출 기업이라면 제품별 배출 데이터를 표준 형식으로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ESG 공시: ISSB/IFRS S2(국제 지속가능 공시 기준) 도입으로 기후 공시가 한 방향으로 정리되는 추세입니다. 숫자와 방법을 함께 공개하고, 가능하면 외부 검증까지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린워싱 방지: 모호한 표현은 피하고, 범위·방법·기간·감축률·상쇄 비중을 수치로 공개합니다. 상쇄는 잔여 배출에만 씁니다.
짧은 사례 세 가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제조 A사: 옥상 태양광 1MW, PPA 20%, 히트펌프 30% 전환, 폐열 회수 → 전기 배출(스코프 2) 60% 감축, 연료 배출(스코프 1) 15% 감축, 5년 내 투자 회수.
IT B사: 공조 온도 소폭 상향, 프리쿨링, 서버 가상화, 재생전력 100% → 전력 집약도 35% 개선, 스코프 2 사실상 0.
가정 C씨: 대기전력 차단, 단열 보강, 대중교통 전환, 육류 주 1회 축소 → 가계 배출 25% 감축, 전기·연료비 동시 절감.
간이 인벤토리 서식 — 우리 조직의 배출을 한 장에
스코프 1(직접 배출)
- 연료 사용(가스/경유/중유): (연간 사용량, 계량 근거)
- 공정 가스: (종류·사용량, 계량 근거)
- 기타(비상발전기 등): (사용시간·연료)
스코프 2(전기·스팀·열)
- 전력 사용량: (kWh, 청구서·AMI 근거)
- 스팀/열: (구매량, 공급사 명세)
- 재생전력 비중: (자가 PV/PPA/REC 비율)
스코프 3(공급망·사용·폐기 등)
- 원재료 구매: (품목·수량, 배출계수 출처)
- 물류·배송: (t·km, 운송수단별)
- 출장·통근: (이동거리·수단)
- 제품 사용/폐기: (사용 전력/연료 추정, 폐기 경로)
데이터 출처 메모 → 배출계수 출처 메모 → 누락·중복 확인 → 전년 대비 일관성 점검
FAQ — 자주 받는 질문을 모았습니다
#탄소중립, 스코프1, 스코프2, 스코프3, 에너지전환, RE100, CBAM, ESG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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